안녕하세요, 읽고 쓰고 번역하고 기록하는 사람입니다.
1월은 가족들이 차례차례 돌아가며 아픈 바람에 상당히 정신없는 한 달이었는데 그래도 총 11권의 책을 읽었습니다.
읽다가 포기한 책도 있고, 도서관에 신청해서 받았는데 바로 반납한 책도 있어요.
이달에는 정말 재밌는 책을 많이 만났기에 상당히 뿌듯합니다.
그럼 이번 달에는 무얼 읽었는지 바로 시작해볼게요.
2020년의 첫 책으로는 Emily St. John Mendel의 [Station Eleven] (이하 스테이션 일레븐)을 읽었습니다
스테이션 일레븐은 디스토피아 소설로 인류의 99%가 감기와도 같은 바이러스로 빠르게 사망하고, 그 바이러스에 면역력이 있던 남은 1%의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커스틴 (Kirstin), 클라크 (Clark), 지반 (Jeevan)의 시점을 돌아가며 보여주죠. 하지만 이야기 자체는 이미 고인이 된 영화배우이자 연극배우인 아서 (Arther)와 그의 전부인인 미란다 (Miranda)의 작품을 중심으로 돌아갑니다. 세 주인공은 모두 아서와 연관이 있는데요, 커스틴은 아서의 마지막 연극에 함께 참여했던 아역 배우였고, 클라크는 아서의 고등학교 친구, 그리고 지반은 아서가 무대에서 쓰러질 때 가장 먼저 알아채고 응급 초치를 취했던 관객이었습니다.
주인공들의 시점 외에도 이미 죽은 아서와 미란다의 이야기까지 시간을 넘나들며 보여주며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드러나는 과거와 현재의 연관성을 만나는 재미가 있는 책이죠. 개인적으로 한 방향으로 흐르는 이야기보다 여러 시간대를 보여주는 방식을 좋아하는데다가 작가의 훌륭한 필력이 있었기에 어렵지 않게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습니다.
작가의 전작 중에 읽은 책으로는 Singer's Gun이 있는데 잔잔하고 몰입감이 있지만 큰 임팩트가 없었던 책으로 기억해 스테이션 일레븐도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2020년을 열기에 손색 없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올해 3월에 나올 후속작(이지만 같은 배경을 나눌 뿐, 이야기 자체는 크게 겹치지 않는) 'Glass Hotel'도 기대가 됩니다.
줄거리: 4.5/5 - 배경: 5/5 - 캐릭터: 5/5 - 글: 5/5 - 흐름: 5/5 ::: 총 4.9/5 ⭐⭐⭐⭐⭐ |
<아마존에서 원서 보기> <예스24에서 보기>
이 책은 정말 우주 스케일의 로맨스 이야기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피프티 피플>을 읽고 푹 빠져버린 정세랑 작가의 책이죠. <옥상에서 만나요>나 <보건 교사 안은영>에서 보였던 작가의 '공상 과학력'이 이 작품에서 폭발합니다. 단순한 로맨스 소설이라고 생각하면 곤란해요, 위에 말했듯 '우주 스케일'의 로맨스입니다! 단순히 한아와 경민(과 다른 경민)의 이야기뿐 아니라 주영 씨나 아폴로, 그리고 그 국정원 요원까지. 불필요한 감정 없이 깔끔하게 치고 들어와 제 몫을 한 후 사라지는 뒤끝 없는 캐릭터들의 역할이 차갑지만 적절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끝에 다시 돌아온 진짜 경민까지도, 그래, 이렇게 마무리는 해줘야겠지... 했는데 솔직히 이 책은 에필로그가 없었다면 더 좋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에필로그 전까지는 훈훈하고 따뜻한 세기의 로맨스였는데 에필로그는 정말 오싹했어요. 소름 끼칩니다... 머리로는 이해하겠지만 마음에서 뱉어내는 것 같은 감정...
어쨌든, 이 책의 세계관이 너무 마음에 들었고, 작가도 그냥 가볍고 얕게 설정한 건 아닌 것 같으니 앞으로 이 세계관으로 더 많은 작품을 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연작이나 단편집이 아닌 장편 소설이었기에 더 좋았지만, 그래도 부족합니다! 더 써주세요!
신작인 <목소리를 드릴게요>도 빨리 읽고 싶습니다.
줄거리: 5/5 - 배경: 4/5 - 캐릭터: 5/5 - 글: 4.5/5 - 흐름: 5/5 ::: 총 4.6/5 ⭐⭐⭐⭐⭐ |
이 두 책은 별 5개를 받았기에 기념하면서 그려봤습니다.
03. 하루의 취향 / 김민철
장염으로 꼼짝도 못하고 침대에 하루 종일 누워있던 날 읽은 책입니다. 리디 셀렉트에 다운로드해뒀던 책인데 이제야 읽게 됐네요. #책읽아웃 팟캐스트 진행자이자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의 저자 중 한 명인 김하나 작가님을 통해 알게 된, 김하나 작가님의 이웃, 김민철 작가님의 나름 최근 책입니다. 작가님의 여러 취향과, 그 취향이 만들어진 계기, 취향이란 어떤 것인가 등을 주제로 한 에세이집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지루한 부분 없이 즐겁고 편안하게 읽었습니다.
아픈 와중에 읽어서 따로 기록한 노트가 없어서 아쉽네요, 언젠가 다시 한 번 찬찬히 읽고 싶습니다.
캐릭터: 4/5 - 글: 4/5 - 흐름: 4/5 ::: 총 4/5 ⭐⭐⭐⭐ |
04. 신더 / Marissa Meyer
원래 영어를 한국어로 번역한 책은 조금 거슬려서 집중이 안 되기에 안 읽는 편입니다. 번역이 잘못됐다기보다는 너무 직역을 했다거나 (이 부분의 원문은 이거겠구나, 하고 예상이 될 정도) 아니면 도무지 이해가 안 되어서 대체 원문은 뭐였을까 하고 신경 쓰다가 집중을 못 하는 편이거든요.이것도 장염으로 침대생활하던 날 읽은 책.
그런데 이 책은 번역이 매끄럽게 잘 되어서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어요.
루나 크로니클은 워낙 유명하지만 동화를 기반으로 한 책들은 이제 좀 질려서 (앨리스라던지 앨리스라던지 이상한나라의 앨리스라던지) 과연 재미있을까 했는데, 꽤 좋았습니다. 나머지도 찬찬히 읽어볼 생각이에요. 다음 편 <스칼렛>도 리디 셀렉트로 시작했다가 원서로 볼까? 하고 도서관에서 들여다봤다가 '아, 이래서 안 봤지'하고 덮고 나왔습니다. 폰트가... 좀... 눈에 잘 안 들어오는 폰트라서... 그래서 안 봤던 거였어...
디자인도 한국판이 훨씬 예쁘다고 생각해요.
영문판은 너무 고전적이고, 약간 트와일라잇 느낌도 나고.. 하여튼 취향에서 많이 비껴갔어요.
아니, 그런데 내용을 전혀 소개를 안 했네요.
루나 크로니클은 지구를 배경으로 하지만 세계관은 훨씬 미래의 이야기입니다. 신베이징에 살고 있는 신더는 어렸을 때 사고로 몸의 일부를 사이보그로 개조했는데 사이보그들은 이곳에서 좋게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신더는 시장에서 정비소를 운영하는데 어느날 신더의 정비소에 신베이징의 황태자인 카이토가 자신의 안드로이드를 수리해달라며 찾아옵니다. 최근 지구에는 의문의 불치병이 돌고 있는데 신베이징의 왕이자 카이토의 아버지도 그 병에 걸려서 생사를 헤맵니다. 그 틈을 타 달의 여왕인 레바나는 카이토와 혼인해 지구를 지배하고자 하고... 뭐 이런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1권으로는 전혀 마무리가 되지 않더군요... 아무리 시리즈라도 매권 일단락이 나는 걸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살짝 실망이었습니다. 그래도 틈 날때마다 읽어보려고 해요.
줄거리: 4/5 - 배경: 4/5 - 캐릭터: 3/5 - 글: 4/5 - 흐름: 4/5 ::: 총 3.6/5 ⭐⭐⭐⭐ |
세상에 이렇게 재미있는 책이 있었다니.
작가 행크 그린은 형인 존 그린과 함께 디지털 스페이스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유튜브, 팟캐스트 뿐만이 아니라 Vidcon의 창시자 중 하나이기도 하죠. 형인 존 그린은 작가로서도 이미 성공한 케이스로 현재 여러 책을 출판한 출판 작가이고 가장 유명한 책으로는 <Turtles All the way Down>이 있습니다. (이 형제들은 시간과 정신의 방에 사는가 봅니다)
<An Absoultely Remarkable Thing>은 행크 그린의 첫 책으로, '유튜버가 쓴 책'으로 많이 알려져 있기에 과연 어떨지 궁금했는데... 진짜 자기가 쓴 건지, 누가 대필해준 건지는 몰라도 숨도 못 쉬고 읽었습니다!
어느 정도냐면, 읽다가 챕터가 끝나면 책을 좀 덮고 주변도 돌아보고 숨도 좀 쉬어야 할 정도로 몰입해서 읽었어요.
한 문장으로 정리하자면,
외계인에게 선택받은 유튜버의 성공기 정도입니다.
하지만 배경은 그러할지라도 가볍게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나름 이 안에 인류애와 퍼즐과 추리와 액션이 다 녹아들어있는 교훈적인 성장기이기도 하거든요.
주인공인 에이프릴 메이는 디자인 학부 졸업생으로 작은 스타트업 회사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어느 날 밤 야근을 마치고 새벽에 집에 돌아가던 길에 뉴욕 시내 한가운데에 서있는 3미터짜리 로봇을 발견합니다. 워낙 희한한 일이 많이 일어나는 뉴욕인 만큼, 그냥 무시하고 지나가려다가 유튜브를 하는 친구가 생각나서 새벽 3시에 그 친구에게 전화를 합니다. 카메라 장비를 가지고 온 친구의 부탁으로 그 로봇을 소개하는 진행을 맡게 되고 그 영상은 다음날 어마어마한 조회수를 기록합니다. 그 로봇이 뉴욕시내에만 나타난 것이 아니라 세계 곳곳 60군데에 같은 시간에 갑자기 나타났기 때문이죠. 로봇이 나타난 경로를 알아내기 위해 감시카메라 등을 조회해보지만 로봇이 나타난 때의 5분 정도는 어떤 영상으로도 기록이 남아있지 않습니다. 그 5분 동안 동일한 잡음이 녹음되어 있는데 분석 결과 퀸의 노래로 밝혀집니다. 그 노래를 검색하던 에이프릴은 프레디 머큐리의 위키피디아 페이지에 접속하게 되고 그곳에 기묘한 퍼즐이 숨겨져 있는 걸 발견합니다.
또한 버클리 대학의 연구원인 미란다와 함께 조사해본 결과 이 로봇 (에이프릴이 첫 영상에서 칼 'Carl'이라고 불렀기에 모두 칼이라고 부릅니다)은 이 지구에 없는 물질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과연 로봇의 정체는 무엇이고, 왜 지구에 온 것일까... 를 밝혀내는 이야기인데 칼이 주는 퍼즐이 정말 흥미롭습니다.
정말, 올해 최고의 책을 1월에 너무 빨리 만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재밌는 책이었습니다.
게다가 다음 책이 이번 여름에 나온다고 합니다!!!! >ㅁ<
줄거리: 5/5 - 배경: 4/5 - 캐릭터: 4/5 - 글: 4.5/5 - 흐름: 5/5 ::: 총 4.5/5 ⭐⭐⭐⭐⭐ |
이렇게 1월에 읽은 책 11권 중 5권을 기록해봤습니다.
너무 길어져서 나머지는 다음 포스팅으로 기록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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